어떤 사람이 글로벌 인재인가?
글로벌 시민의식부터 챙겨야

언어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이자 도구로서 중요하다. 외국어 실력 자체가 그 사람의 됨됨이, 비전, 목표의식, 태도가 될 수 없다. 우리말과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단순히 발음이 좋고 문법에 맞게 우리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높이 평가되지 않는다. 표준어를 쓰든 사투리를 쓰든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 그 속에 담긴 그 사람의 평소 생각과 마인드, 이런 것들이 그 사람을 평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어떤 유치원에 보낼지 고민하던 한 어머니가 있었다. 영어유치원 상담 후 ‘역시 수업료가 너무 비싸서 안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교실에서 한 꼬마가 나와서 선생님에게 중국어, 그것도 본토 발음(?)으로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즉시 맘을 바꾸어 유치원 등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녀가 어떤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이처럼 자녀가 자라서 글로벌 인재,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참 많다. 언제 어디서 외국인을 만나도 유창하게 대화하는 자녀의 모습을 꿈꾸다 보니 영어는 필수요, 제2외국어도 필수다. 

물론 외국어를 잘하면 다른 나라 사람과 소통이 원활해지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도 쉬워진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나 기관으로 진출을 원할 경우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사람은 모두 글로벌 인재,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콩글리시가 아니고 잉글리시로 발음과 문법을 구사할 수 있으면 언제나 글로벌 기업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몇 년 전에 서울의 한 유명대학에서 취업준비 설명회가 열렸고, 우연히 그 곳을 방문했다가 설명회 장면을 구경하게 된 적이 있었다. 마침 외국계 은행 간부가 학생들에게 영어로 자기소개를 나와서 해볼 사람 있냐고 하니까 두 명의 여학생이 지원을 하였다. 첫 번째 여학생은 영어가 조금 서툴렀지만, 그래도 또박또박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두 번째 여학생은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와 같은 매우 유창한 발음으로, 앞서 발표한 학생보다 훨씬 많은 양의 복잡한 문장을 막힘없이 구사하였다. 속으로 ‘우와, 영어실력 부럽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외국계 은행 간부가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면접관이고 둘 중 한 명을 채용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저는 첫 번째 학생을 선발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술렁였지만 사실 왜 그가 그렇게 말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학생은 비록 영어발음이 원어민 같거나 영어문장 구사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매우 침착하고 명확하게 전달하였다. 반면 두 번째 학생은 말은 유창하게 많이 하였는데,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이 전혀 매력적으로 어필되지 않았다. 평소 자신만의 가치관, 비전, 사고를 기르지 않으면 절대 갑자기 표현되지 않는다. 그 은행 간부는 이 점을 평가한 것이다.

종종 영어발음이 미국식인지 영국식인지, 아니면 제3의 영어사용 국가의 발음인지를 따지면서 한국식의 서툰 영어 발음을 조롱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그야말로 영어 콤플렉스, 특히 미국과 영국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정말 다양한 억양과 발음으로 각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자기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야말로 ‘대충대충’ 쓴다. 말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으니까 영어를 더 잘 사용한다.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이 말하니까 생각이 잘 전달된다.   

언어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이자 도구로서 중요하다. 외국어 실력 자체가 그 사람의 됨됨이, 비전, 목표의식, 태도가 될 수 없다. 우리말과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단순히 발음이 좋고 문법에 맞게 우리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높이 평가되지 않는다. 표준어를 쓰든 사투리를 쓰든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 그 속에 담긴 그 사람의 평소 생각과 마인드, 이런 것들이 그 사람을 평가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글로벌 인재인가?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란 이중성의 포용, 실제적 지식 및 호기심, 특정 상황의 판단능력과 같은 특별한 역량(기업문화, 산업의 역동성 그리고 국가의 근원과 같은 특정 상황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인재를 의미한다. 글로벌 인재를 민주시민, 기업조직시민, 국제시민으로서의 자질로 나누어보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은 법정신, 원만한 인간관계, 의사소통능력, 자국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포함하며, 기업조직시민으로서의 자질은 직장 운명공동체로서의 건강한 집단가치를 공유한 사명감과 책임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및 활용 능력, 그리고 일반적인 경영관리능력을 포함한다. 또한 국제시민으로서의 자질은 국제 감각과 국제적 시야, 국제의사소통능력, 거래상대국에 대한 지식과 정보, 외국인과의 원만한 인간관계, 국제경영관리능력을 포함한다.” 

글로벌 인재에 대해 네이버 지식백과는 이렇게 말한다. 위의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기업경영 등 특수한 부분을 제외하고, 보다 일반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사람이 글로벌 인재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인재는...
●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안다.
● 끊임없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실제 지식이 있다.
● 상황 판단력과 같은 특별한 역량을 갖고 있다.
● 법을 존중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며, 타인과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잘 아는 등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이 있다.
● 내가 속한 집단의 건강한 가치를 공유하고,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다.
● 국제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있고,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지식을 갖고 있으며, 외국인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외국어를 잘 한다는 것은 글로벌 인재가 갖추어야 할 수 많은 필요역량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그에 앞서 갖추어야 할 진짜 덕목은 자신의 삶에 대한, 그리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식견과 태도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갖춘 인재야말로 글로벌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인 것이다. 

 

글로벌 시민의식부터 챙겨야

일본에 처음 여행을 갔을 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서 참 신기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지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일본 사람들은 감기 걸리면 마스크를 쓴다고 했다. 감기가 다른 사람에게 옮지 않도록 하고, 재채기나 기침 등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까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터지고 나서 우리나라에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나라가 생긴 이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쓴 마스크는 일본 사람들이 쓴 마스크와 의미가 다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스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메르스가 낳은 또 다른 현상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특정 원아의 등원을 거부하는 것이다. TV 뉴스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도 이런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아이 자신이나 가족이 전혀 메르스 감염을 의심받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메르스 뉴스에 등장하는 지역 또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부모들이 원에 전화를 걸어 해당 원아가 등원을 못하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혹시나 모를 감염위험에 자신의 자녀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해해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하다. 그 이유는, 평소 자신의 자녀가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들려 보내면서 교사에게 식후 30분에 약을 먹여달라고 요청하는 부모들을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다른 아이들에게 감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을까? 아니면 그런 생각이 들어도 직장 때문에, 또 여러 가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내야만 한 것일까? 미국에서는 아이가 감기 걸리면 유치원이든 학교든 절대로 보내지 않는다고 들었다. 감기와 메르스의 심각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염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등원 거부된 아이보다는 감기 걸린 아이의 전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더욱 우울한 이야기들도 있다. 메르스 감염 의심을 받고 있으면서도 버젓이 외국에 나가서 국제 망신을 사는 사람, 격리가 필요한데도 난동을 부리고 저항하는 사람, 자가 격리 중임에도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골프 치고 놀러 다니는 사람 등등. 그것이 소수인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이야기들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 내가 속한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해외여행을 다니다보면 외국 사람들이 아시아인 중 유독 일본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요즘 일본 극우정치세력의 역사인식문제를 생각해보면, 글로벌 사회에서 일본이 환영받는 것이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왜’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수긍이 된다.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든 기본적으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배려하는 매너로 대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고 보면’, ‘친해지고 보면’ 참 괜찮고 정도 많다. 그런데 그 괜찮은 품성이 서로 모르는 낯선 관계일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것이 특정인이든 불특정 다수이든 타인에게 폐가 되는 행동을 자제하고 보다 성숙한 매너로 배려하는 것, 자유를 누리되 사회적으로 지켜져야 할 책임은 다 하는 것, 그러한 것은 선진 글로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필수 덕목이다. 이러한 의식, 가치관, 태도 없이 5개 국어를 한들 세계로부터 환영받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기 위한 5계명>

우리 자녀 세대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인재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부모로서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기 위한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영어 공부, 제2외국어 공부보다 중요한 것, 부모가 새기고 있어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많은 덕목들 중에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기 위한 5계명만큼은 꼭 마음에 새겨보자.

 

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도록 권하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이 나에게 불편을 끼치면 그 사람은 몰지각한 사람이고, 나나 내 가족이 남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이중적 잣대의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② 사회, 역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라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의 사회, 역사, 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다.

 

③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라
법과 원칙을 우습게 알고 무시하는 사람은 글로벌 사회에서 절대 환영받지 못한다. 때로는 냉정할 정도로 철저히 지켜져야 함을 주지시키고, 부모 스스로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④ 호기심을 억누르지 마라
학교 공부만이 답이 아닌 시대가 왔다. 학교 공부와 무관하다고 해서 다양한 분야, 기술, 현상에 대한 자녀의 호기심을 억누르면, 자녀는 절대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없다. 

 

⑤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게 하라
내 생각을 전달하는 법,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법,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법,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법 등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은 영어 공부보다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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