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베스트 셀러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마케팅 정석처럼 타깃을 잘 설정하고 그들의 니즈를 찾아내면 되는가? 유행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면 되는지, 아니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본질적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 작가나 기획자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다.

가끔 출판사 사장을 만나면 나는 2,000만 부 베스트 셀러 책 기획을 권하곤 한다. 요즘같이 어려운 출판시장에 1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 셀러 소리를 듣는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내 주장은 요즘 한국 가구 수가 2,300만을 넘었다. 각 가구에 한 권 정도 비치해 놓을 만한 필독서가 없겠냐는 말이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니 당신이 한 번 기획해 보라는 식으로 반신반의 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 평론가 한기호님의 칼럼에서 국내에서 2,000만 부를 넘긴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 칼럼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성경이라고 한다. 국내의 경우 10권으로 된 이문열의 <삼국지>는 1150만 부를 넘겼다. 청소년 교양 필독서인 어린왕자도 600만부를 넘긴 책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20년 이상 180만부를 넘겼다. 100만부를 넘긴 책들은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을 시작으로 한 해에도 몇 권씩의 밀리언 셀러가 등장했다고 한다. 경제 관련서적으로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이 있다.

그러면 2,000만부를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책이 무엇일까? 답은 실용서인 <자동차 운전면허 예상 문제집>이다. 이 자료가 모두 2000년도 기준이니 지금은 훨씬 많이 팔렸을 것이다.

그럴법하다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2000년도 성인이 된 인구수는 1980년대 생이니 당시 신생아는 80만 명을 넘었다. 성인이 되면 자동차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인구가 성인의 70% 이상은 되지 않겠는가. 출산율이 최악이라고 하는 현재도 매년 25만 명이 태어나고 있다. 출판사를 하는 사람들은 동류의 책 발행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이 실용서가 2000만 판매 부수를 넘긴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베스트 셀러 책에서 중요한 원포인트 팁을 얻었다. 성인이 되는 이들의 필수라 할 수 있는 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한 예상 문제지처럼 이들의 길목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제 갓 성인이 되는 이부터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은 물론 스타트업 대표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필독서와 같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밀리언의 법칙》은 밀리언 셀러?

총 8권의 밀리언 셀러를 출판한 ‘선마크’라는 일본 출판사가 있다. 이 회사 사장인 우에키 노부타가가 《뇌내 혁명》1,2권으로 각각 410만 부, 134만 부 판매됐고, 나머지 6권은 5명의 임직원이 기획한 책들이다. 대표적인 밀리언 셀러 북은 《정리의 마법》으로 전 세계 1,200만권을 팔았다. 이 중 내가 읽은 책만도 2권인데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300만부,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 140만부를 넘겼다.

이 출판사 사장의 최근 저서 《밀리언의 법칙》에서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 회사는 매년 초 임직원을 대상으로 호언장담 발표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개인 목표를 발표하는데 누가 더 허풍을 잘 치느냐를 뽑는데, 일명 ‘허풍 대회’다. 실례로 이 출판사의 최대 베스트 셀러 중 하나인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편집을 맡은 이가 2005년 초 “금년에는 밀리언 셀러를 노리겠습니다”라고 발표하고 다음 해에 멋지게 달성을 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과거 그의 출판기획서에 100만 부 돌파 후보 기획이라고 첫머리에 쓰여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1년간을 계속해서 밀리언 셀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해는 두 번째 밀리언 셀러를 내겠습니다”라고 허풍을 떨었던 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말 역시 실현되어 2010년 말에 출판한 세계적인 초 베스트 셀러 《정리의 마법》이었다.

그런 출판사 사장에게 밀리언 셀러를 만든 비법과 인재육성 방법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펴낸 책이 바로 《밀리언의 법칙》이다. 그런데 밀리언 셀러를 만드는 비서(祕書) 같은 이 책은 밀리언 셀러가 됐을까? 내가 2023년 11월 말에 산 이 책은 2021년 4월 2일 초판 1쇄 발행된 것이었다. 이 책이 밀리언 셀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가 되겠지만 일반인에게는 관심 밖의 주제일 수 있다. 역시 베스트 셀러는 독자의 마음을 흔들만한 어떤 공감이 필요한 주제가 필요하다. 작자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강렬한 감동을 주는 킬러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시작

밀리언 셀러는 책에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다. 천만 관객의 영화, 더블 밀리언 셀러 앨범이나 연 간 1천억 매출의 음료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며, 이 시대 베스트 셀러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스테디 셀러는 또 어떻게 다른가? 마케팅 정석처럼 타깃을 잘 설정하고 그들의 니즈를 찾아내면 되는가? 유행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면 되는지, 아니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본질적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 작가나 기획자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주) 고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리더피아(Leaderpi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